지난 27일 일본에서 막을 내린 2022 동아시아축구연맹(EAF·유럽축구연맹) E-1 챔피언십에서 한국이 잇따라 아픔을 겪었다. 먹튀검증 남녀 대표팀 모두 숙적 일본에 발목이 잡혀 우승에 실패했다. 더욱 뼈아픈 것은 한일전 패배가 이미 익숙해졌다는 점이다.
특히 남자 축구는 심각하다. 지난해 3월 대표팀의 ‘요코하마 참사'(0-3패)를 시작으로 일본 친선대회에서 0-3, 올해 6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선수권대회에서는 황선홍 감독의 23세 이하 대표팀이 0-3으로 졌다. 나는 이것에 E-1 챔피언십에 0-3으로 패배한 불명예를 더했다. 최근 흐름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가 더 이상 먹튀검증 동아시아의 리더가 아니다.
대한 축구 협회는 당황했다. 공교롭게도 이용수 협회 부회장(당시 기술발전위원장)이 지난 5월 말 대표팀 전력강화위원장으로 선임된 이후 아픔이 반복되고 있다. 먹튀검증 협회는 지난 3월부터 복수의 후보를 검증한 결과 3명의 최종 후보자를 선정해 이 후보자를 임명했다고 밝혔지만 결국 원점으로 돌아온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영예를 안았지만 우리에게 여전히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는 울리 슈틸리케(독일) 전 감독을 데려왔다는 점에서 축구계는 차가웠다. 나도 알아. 슈틸리케호는 성적이 좋지 않았고 성적도 좋지 않았다. 자신의 전술적 실수를 ‘선수’ 탓으로 돌리는 비판까지 받았다. 슈틸리케 감독 시대가 끝나면서 불명예스럽게 물러난 이 회장으로서는 지금의 먹튀검증 상황이 상당히 당혹스럽다.
꽤 오랜 시간 현장을 떠나 있었던 이 회장이 4년 동안 A대표팀을 이끄는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현 시점에서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어떤 운영 철학을 갖고 있는지, 선수 선발 과정은 무엇인지, 경기 준비와 대회 참가 방법 등을 명확하게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솔직히, 타이밍이 그렇게 좋지 않다. 오는 11월 개막하는 2022 카타르월드컵 본선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상황 파악, 면밀한 검토, 먹튀검증 개선안 마련 및 도입 등 일련의 절차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워낙 고집이 세고 주관적인 벤투 감독은 주변과 소통하는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이 아니라 더욱 걱정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의 역할은 상당하다. 조언과 방어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벤투호 출범부터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통과까지의 과정이 함께 가지 않았지만 월드컵 본선 결과에 대한 책임은 함께 나눠져야 한다.